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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챔피언도 무릎꿇고 '티보잉'... 대체 뭐길래?

by 홈지기 posted Mar 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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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122641_thumbnail.jpg : 올림픽 챔피언도 무릎꿇고 '티보잉'... 대체 뭐길래?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비버 크릭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알파인 스키대회 수퍼-G 활강 결승전. 챔피언은 미국의 '스키 여제' 린지 본(27)이었다. 본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 금메달을 따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여성이다.

이날 우승으로 본은 월드컵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시상대에 오르기 직전 본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티보잉(Tebowing)' 퍼포먼스를 펼쳤다. 홈코트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어서 감격에 겨운 나머지 기도를 올린 것이다. 

'티보잉'은 북미미식축구(NFL)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팀 티보에서 비롯됐다. 지난 10월 말 마이애미 돌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그는 연장전 막판 터치다운 패스로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동료들이 뒤엉켜 환호하는 가운데 티보는 한 켠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그의 모습이 TV중계화면에 클로즈업됐다. 오른쪽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숙인 채 경건히 기도하는 장면이다. 그의 기도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후 그의 이름을 따 '티보잉'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티보 식의 기도'란 의미다.



'티보잉'은 삽시간에 퍼져 그가 출전하는 날엔 팬들이 '티보잉'을 하며 응원한다. 린지 본도 그의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티보잉'을 한 것이다.

티보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2009년 1월 8일. 대학풋볼 최강자를 가리는 BCS챔피언십에서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플로리다와 오클라호마가 진검승부를 펼쳤다. 스코어는 24대 14, 플로리다가 그해 패권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나자 구글에서 난리가 났다. 게임내용을 검색한 것이 아니라 'John 3:16'이 뭔가 알아보기 위해 무려 9300만명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플로리다 승리의 주역은 팀 티보. '아이 블랙(선수가 햇빛 반사를 막기 위해 눈 밑에 검댕을 칠하는 것)'에 이 구절을 써넣고 경기를 치렀다. TV화면에 선명히 나타나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구글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를 끌어모았던 검색어다. 

'요한복음 3장16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느님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주셨으니…." 기독교의 교리를 한마디로 압축해낸 구절이다. 

티보는 이외도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성경을 아이블랙에 새겨넣었다. 그러면 시청자들이 알아서 인터넷을 검색한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잘 던지고 잘 달리고'다. 환상적인 패스로 터치다운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공을 잡고 달려 터치다운을 찍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학풋볼의 수퍼스타인 그가 프로의 세계에선 빛을 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덴버 브롱코스 유니폼을 입은 티보는 예상대로 시즌을 거의 벤치에 앉아 보냈다. 

올해도 '백업' 쿼터백 신세를 면치못했다. 그러던 티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팀이 1승4패로 극히 부진하자 감독은 '티보 카드'를 뽑아들었다.

덴버는 이후 6승1패 선두권으로 날아올랐다. 믿기지 않은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그의 게임은 '처음 55분은 지옥, 막판 5분은 천당'으로 요약된다. '이번엔 어렵겠지' 채널을 돌리려는 순간 티보의 절묘한 패스가 경기를 뒤집는다. '기적의 제조기'란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알고 보면 그의 출생도 기적이다. 그의 어머니는 임신 초기 치명적인 아메바에 감염돼 목숨이 위태했다. 의사들이 낙태를 강력히 권했는데도 어머니는 티보를 낳았다. 

그가 태어난 곳은 필리핀. 아버지가 그곳에서 선교사로 일해 티보는 대학시절 방학 때마다 필리핀을 찾아가 고아원을 돌봤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쿼터백 토니 로모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하늘이 돕는 선수를 막아낼 방도가 없지 않은가." 

성탄의 달을 맞아 티보가 어떤 퍼포먼스를 벌일지 궁금해진다. 또 다시 'John 3:16'을 아이블랙에 새겨 넣을까.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신자가 아니더라도 12월이 되면 한 번쯤 음미해볼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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