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버이 날을 맞아

by 홈지기 posted May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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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을 하고, 카드 한도는 매달 줄어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한 전도사님이 떠올랐다.
병원 사역을 하면서 항상 곁을 지켜주신 고마우신 전도사님이신데, 가정의 달을 맞아 홀로 쓸쓸하게 있으실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 부모님과 홀로되신 장모님께 흔한 카네이션 하나 달아들이지 못하고 전화 한 통으로 간소하게 치른 어버이날인데, 유독 혼자서 보내실 연로한 전도사님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오늘 전도사님을 만나 작은 선물을 사 드렸다.
젊은 아가씨처럼 곱게곱게 멋도내시고, 성경도 사탕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오랜지색 가방이었다. 이쁜 것은 비싸다고 이런 저런 핑계로 사지 않으시다가 결국은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아담한 가방을 겨우 고르셨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단돈 오만원도 안되는 것을 사드리면서 카드가 한도초과로 결재가 안되는 것을 보면서 전도사님이 당황하셨다. 나도 멋있게 사드릴려는 계획이 틀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한도가 변경된다는 문자는 받았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당황하시는 전도사님, 얼굴이 불어진 나.
점원도 좀 당황하는 것 같았다. 

다행이 여분의 체크카드로 결재하고 조금은 어색해진 분위기로 전도사님을 모셔다드리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물론 지금의 상황과 부유치못함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마음은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도사님을 섬겨드렸다는 뿌듯함이었다. 오늘만큼은 전도사님의 아들이 된 것같은 기분이 참 좋았다.

그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크게 만지신 음성이 있었다.
"잘 했다. 아들아."

어떤 상대의 형편을 알고 염려하며 나누는 것이 긍휼이며, 사랑이다.
오늘 하나님은 나에게 그런 훈련을 시키신 것 같다. 은퇴한 사역자의 형편을 살피는 마음, 가족없이 홀로 사는 이의 마음, 부요하지 못한 소박한 이들의 마음을 돕는 훈련말이다.

나 또한 부유하지 않아도, 소박한 삶 가운데서 나누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물질이나 그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는 참된 기쁨이 된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이들의 도움과 중보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나는 나의 부유함과 소유함으로 자랑하지 않겠다.
나는 나의 되어진 것으로 자랑하지 않겠다.

나의 자랑은 없는 중에 나누는 것이며, 할 수 없는 중에 하는 것이다.
고난 중에 소망으로 오시며, 환란중에 위로함으로 오시는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은 진짜 목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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