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를 개척했는데 십자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헌금함을 준비하면서 알게된 어느 목공소 집사님께 십자가를 상의하려했는데, 마침 그 곳 한 구석에 십자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키는 큰데 가날픈 십자가였습니다.
크고 넓거나 튼튼하지 않은 사뭇 연약해 보이는 십자가였습니다. 왜 저렇게 십자가를 방치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느 교회의 의뢰로 만들었는데 십자가가 얇다고 퇴짜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퇴짜맞은 십자가...
십자가가 퇴짜를 맞는구나...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십자가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사람들은 튼튼한 십자가를 보면서 신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의 신앙의 대상은 튼튼하고 듬직한 십자가가 아닙니다. 빛이 나고 화려하거나 좋은 재질과 훌륭한 디자인의 십자가가 은혜롭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신앙의 시선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아니라, 화려한 디자인의 십자가에 빼앗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를 보실 때 무엇을 생각하시나요?
예수님의 고난,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과 좌우의 강도들... 피투성이되어 메달린 나와 같은 연약한 죄된 사람들... 어쩌면 나도 주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할 장소가 아닌가요?
십자가는 귀족의 화려함이 아닌, 죄인의 투박함이 드러나야 하고, 즐거움이 아닌 고통과 고난이 떠올라야 하는 것이죠. 강함이 아닌 약함이 드러나는 십자가는 예수님의 고난의 상징이자, 우리의 약함과 죄성의 상징이 되어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주님의 부활의 능력은 부활하신 무덤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죠. 주님의 숭고한 사랑의 상징은 십자가의 외적인 요소로 평가받을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가장 끔직한 장소와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연약한 나를 달아보아야 할 가장 숭고하고 경건한 장소가 아닐까요?
십자가가 몸을 치장하는 악세사리, 교회를 아름답게 꾸미는 인테리어 요소가 되어버리는 현실에서...
힐링교회의 십자가는 어떤 모습이여야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화려해서 고난이 감춰지는 십자가가 아닙니다.
내가 달렸어야 할 십자가, 끔찍한 십자가입니다.
가날퍼서 연약한 그래서 퇴짜맞은 십자가는 지금 힐링교회에 있습니다.
자꾸 십자가가 눈에 밟힙니다.
가날퍼서 퇴짜맞은 십자가...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퇴짜맞고 상처받고 버림받는 삶이 될 수도 있을텐데...
힐링교회의 십자가는 우리의 상황과 처지를 잘 아시는 하나님이, 우리 처지와 같은 십자가를 보여주신게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가날픈 저를 사랑하시듯, 가날픈 십자가를 사랑합니다.
힐링교회의 퇴짜맞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교만하지 않고 항상 겸손히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기를 소망합니다.
힐링교회 김형석 목사